지금 탈모가 진행되고 있습니까?
대머리는 100% 유전이며, 유전양상은 상염색체 우성이다. 그래서 대머리 집안에서 대머리가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유전자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대머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유전인자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서 남성호르몬이 나와야 대머리로 진행이 된다.
최근 미 식약청(FDA)에서 승인이 된 약물요법은 탈모초기에 특히 효과가 좋기 때문에 조기진단이 중요하다. 조기진단과 적절한 약물치료는 탈모를 어느 정도 예방할 수가 있고 탈모 시기도 늦출 수가 있다. 또 탈모가 진행된 경우 빠른 효과를 원한다면 모발이식수술이 효과적이다.
흔히 대머리라고 하는 ‘남성형 탈모’는 모발이 빠져서 안 나는 것이 아니라 굵던 모발이 점차 가늘어져 솜털로 되는 것이다. 모발은 한 번 나면 평생 자라는 것이 아니라 3~6년 자라면 빠지고, 3개월 후 새로운 모발이 난다. 즉 모발의 성장양상은 손톱이나 발톱과는 달리, ‘자라고-쉬고-빠지는’ 모주기(毛週期)를 갖는다. 동물은 전체 모주기가 동일하기 때문에 털이 동시에 빠지고 동시에 나는 이른바 털갈이를 하지만 사람의 모발은 하나하나가 독립된 모주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털갈이 없이 항상 일정한 모발 수를 유지한다. 동양인의 모발은 약 7~8만개 정도이고 이중 하루에 약 70여개가 빠지고 3개월 전에 빠진 70여개의 모발이 새로 자라나 일정 양을 유지한다.
그러나 대머리가 진행이 되면 모낭이 작아진다. 모낭이 작아지면 모발의 굵기가 가늘어지고 모주기도 짧아진다. 3년 정도 자라고 빠져야할 모발이 1년 자라고 빠지게 되면 하루에 약210여 가닥의 모발이 빠지게 되는 셈이다. 그리고 다시 나오는 모발은 더욱 가늘고 짧아지게 된다. 대머리가 계속 진행될수록 굵던 모발은 솜털로 변하게 되고 조금 자란 후 빠지게 된다.
이런 현상은 전두부와 정수리 부위의 모발에서만 일어나고 측두부와 후두부의 모발에는 변화가 없다. 전두부의 모발은 가늘어지는데 후두부의 모발은 변화가 없는 이유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모발의 발생이 다르다는 이론이 설득력이 있다. 다시 말해 두 부분의 모발은 종류가 다르다는 것이다.
다음과 같은 징조들이 있다면 탈모가 진행 되는 건 아닌지 의심해 보아야 한다.
아침에 일어나 보면 베개에 머리카락이 많이 떨어져있거나, 빗질을 할 때도 평소보다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기는 경우. 하루에 70~100가닥 정도 빠지는 것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자연적인 현상이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지만 100가닥 이상의 모발이 계속해서 빠진다면 문제가 된다. 대머리가 진행되면 모발이 가늘어 질뿐 아니라 모주기가 단축되어 모발이 더욱 많이 빠지기 때문이다.
이마가 자꾸 넓어지는 경우. 남성의 경우 사춘기가 지나면 누구나 이마의 헤어라인(hairline)이 원형에서 M자형으로 서서히 바뀌게 된다. 평소에는 이마와 머리의 경계가 분명치 않기 때문에 이런 현상을 잘 인지할 수 없는 경우가 많고, 매일 거울을 들여다봐도 머리가 벗겨지는지 잘 모를 때가 많다. 이럴 경우 과거의 사진과 지금의 얼굴을 비교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지루성 비듬이 많아지는 경우. 비듬이란 피지선에서 나온 지방이 두피의 각질층에 말라붙은 잔비늘을 말한다. 비듬에는 건성의 마른 비듬과 지루성의 젖은 비듬이 있다. 마른 비듬은 웬만한 사람에겐 조금씩은 있지만 문제가 되는 것은 머리 밑을 긁었을 때 손톱사이에 끼는 젖은 비듬이다. 젖은 비듬은 남성호르몬에 의해 피지선의 피지 분비가 왕성해서 생기는 것이다. 머리 밑이 가려워지면서 젖은 비듬이 많아지면 대머리의 예비증상으로 볼 수도 있다. 이런 현상은 대개 빠르면 반년, 길게는 2년쯤 지속되다가 비듬이 일단 적어지면서 탈모가 시작된다. 특히 젊은 사람의 탈모는 이런 순서를 겪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 샤워를 한다거나 머리카락이 땀에 젖었을 경우 머리 밑이 보인다면 이미 탈모가 진행되고 있는 상태이다. 이럴 경우 전문가를 찾아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동양인의 정상적 모발 개수는 ㎠당 140가닥 정도인데 이중 반 정도는 빠져도 겉으로는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 특히 부모가 대머리인 경우는 자식이 사춘기가 지나면 탈모가 진행되는 지를 잘 살펴야 한다. 최근에는 탈모의 진행시기가 빨라져 외래를 방문하는 환자 중에 10대에도 탈모가 진행되는 경우를 가끔씩 보게 된다. 이렇게 젊은 나이에 탈모가 진행되면 대인기피증을 갖게 되고 자신감을 상실하는 경우가 많다.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들도 대머리가 있다. 여성은 앞 헤어라인이 유지되어 있으나 정수리와 가르마 부위의 모발이 전체적으로 듬성한 것이 특징이다. 사회 통념상 여성은 대머리가 없다는 잘못된 상식 때문에 여성 탈모 환자들이 더 고통을 받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유전적 요인을 확인할 때는 부계 쪽 뿐만 아니라 모계 쪽으로도 탈모 유전이 있는지를 꼭 확인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탈모의 진행을 감지했다면 모발 전문가를 찾아 평생의 모발계획을 세워 치료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다음 회에는 탈모의 약물치료에 관해서 알아보자.
출처 - 비타민플러스 2007년 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