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움큼씩 '秋風落毛' 두피청결이 '수호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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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오면 우리 몸 여기저기서 겨울을 준비하라는 신호를 보내온다. 일교차가 커지고 날씨가 건조해지면서 감기에 걸리기 쉽고, 피부도 푸석하고 거칠어진다. 하지만 뭐니 해도 가장 큰 변화는 추풍낙엽처럼 떨어지는 머리카락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탈모를 대물림이라고 생각해 그저 팔자려니 하며 치료를 포기하거나,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에 의존해 심각한 탈모로 이어지도록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탈모는 적절한 치료(약물, 수술)만 하면 충분히 개선이 가능한 피부과 질환일 뿐이다.
■ 하필 가을인가?
머리카락이 가장 수난을 겪는 시기는 9월부터 11월까지다. 여름철의 강한 햇빛과 두피 분비물에 시달린 모발이 한꺼번에 빠지는데다 탈모에 영향을 주는 남성 호르몬이 가을철에 일시적으로 많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한여름에 많이 손상된 머리카락은 바로 빠지지만 그 밖의 머리카락은 여름부터 시작해 3~4개월에 걸쳐 빠지므로 가을에 탈모가 많이 일어난다. 이러한 가을철 탈모는 계절과 환경의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신체 반응이니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3개월 정도 지나면 빠진 만큼 새로 나기 때문이다. 다만 새로 나는 머리카락의 숫자보다 빠지는 숫자가 더 많으면 점차 남성 탈모, 소위 대머리로 진행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머리카락은 하루에 50~70개 정도 빠지며, 빠진 모낭에서 새로운 머리카락이 자란다. 하지만 하루에 100개 이상의 머리카락이 빠지면 탈모가 시작되는 징조일 수 있다.
남성 탈모는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변해 생성되는 DHT(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이라는 물질에 유전적으로 민감한 사람에서 많이 발생한다. DHT는 모발이 자라는 기간을 단축하고, 모낭을 위축시킨다.
뿐만 아니라 모발 성장과 발육에 필요한 에너지 생성을 방해해 모근을 약하게 만들고, 특히 앞머리와 정수리 부분에 있는 머리카락의 성장을 억제한다. 기록에 따르면 사춘기 이전에 고환을 거세한 환관들 중에는 대머리가 없었다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고 난 뒤에야 탈모가 시작됐음을 알아차린다. 하지만 탈모는 머리카락의 힘이 없어지고 가늘어지면서 이미 시작된 것이다.
가늘어지고 짧아진 머리카락은 탈모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탈모가 진행되면 머리카락의 생장 주기가 점점 더 짧아져 조금만 자라도 빠지게 된다.
젊은 남성의 경우에는 비듬이 많아지다가 탈모가 되는 경우가 많다. 두피에 염증이 있으면 탈모가 더 빨리 진행될 수 있으므로 염증은 가급적 빨리 치료해 탈모 진행을 막아야 한다.
또 남성형 탈모증을 겪는 사람은 대부분 두피에 기름기가 많다. 기름기는 유전적인 요인이 크지만 스트레스도 한 요인이다. 스트레스는 교감신경 작동을 둔화시키며 머리카락에 영양을 보급하는 모세혈관의 흐름을 악화시켜 모발의 영양실조를 일으킨다. 극도의 스트레스는 인체 내분비의 이상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모발에 악영향을 미친다.
■ 시의적절한 치료가 관건
치료 방법은 탈모의 단계에 따라 다르다. 탈모가 시작되면 머리카락이 가늘어지면서 정수리나 이마가 훤하게 들여다보이거나, 앞이마 양쪽 가장자리의 머리카락 라인이 뒤로 밀린다. 이 정도면 두피를 깨끗하게 하는 모발관리와 약물 만으로도 치료할 수 있다.
현재 의학적으로 입증된 탈모 치료제로는 먹는 약인 '프로페시아'와 바르는 약인 '미녹시딜'이 있다. 프로페시아의 경우 탈모의 근본 원인인 DHT의 생성을 막아 탈모를 치료하는 약으로, 현재까지 나온 탈모치료제 중 가장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0년 동안 전 세계 500만명의 탈모 남성으로부터 안전성과 효과를 입증받았다.
탈모가 진행되면 앞이마 라인이 뒤로 물러나며 탈모된 정수리 부분과 이어지는 중기 단계로 넘어간다. 이쯤 되면 탈모가 일어나지 않는 부위에서 모근을 떼내 탈모 부위의 두피에 옮겨 심는 모발이식을 해야 한다. 모발이식 후에도 탈모가 진행될까봐 이식을 꺼리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닥터안모발이식클리닉 안지섭 원장은 "이식에 쓰이는 귀 옆과 뒤쪽 머리카락은 평생 빠지지 않고 남아 있으므로 쉽게 빠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모발이식술 후에는 더 이상 탈모가 진행되지 않도록 프로페시아 등의 약물 치료를 병행한다.
이 단계를 지나서 흔히 말하는 대머리가 되는 말기에서는 약물 치료가 별 효과가 없으므로 모발이식술이나 가발 등을 이용해야 한다.
■ 머리카락 관리 요령
탈모는 유전적인 요인 외에 생활습관에서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두피에 각질이 쌓이면 비듬균, 박테리아 등이 번식해 모근이 약해져 탈모가 더 빨리 진행될 수 있다.
또 약물 치료가 효과를 보려면 모낭이 살아 있어야 하므로 머리카락 손상을 최대한 피하고 머리카락과 두피를 항상 깨끗하게 관리해야 한다. 정상인은 하루에 1회 정도(지성용 두피인 경우 1일 2회) 머리를 감아 두피에 쌓인 노폐물과 피지 등을 제거하고, 머리를 말릴 때는 비비지 말고 자연바람으로 말리는 것이 좋다.
두피 건강을 위해서는 마사지도 도움이 된다. 양손가락을 쭉 펴 손가락 끝부분에 적당히 힘을 주고 두피를 누르면서 작은 원을 그리듯 마사지한다. 그런 다음 가볍게 주먹을 쥐고 귀 뒷부분부터 뒷머리 중앙까지 가볍게 두드린 뒤, 양손바닥으로 머리 양 옆을 누른 채 정수리 쪽으로 끌어올렸다 내린다.
마지막으로 깍지 낀 손으로 지그시 뒷머리를 누르면서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한다. 이 마시지 동작을 하루에 10분씩 아침저녁으로 하되, 한 동작을 5회 가량 반복한다.
남자들 중에는 비누로 머리를 감는 사람이 있는데, 비누는 강한 알칼리성을 띠고 있어 두피를 자극하고 모발을 건조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비누가루가 두피에 쌓여 증상을 탈모를 악화시키므로 쓰지 않는 게 좋다.
● 도움말 : 닥터안 모발이식 클리닉 안지섭 원장, 인하대 병원 피부과 최광성 교수,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피부과 심우영 교수 권대익기자 dkwon@hk.co.kr 일러스트= 김경진기자 jin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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